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췌장이식은 인슐린 치료에도 불구하고 혈당이 잘 조절되 지 않아 망막질환, 신장기능 장애와 신경증상 등 다양한 합 병증이 발생하고 있는 당뇨 환자에게 주로 시행한다. 1966 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된 췌장이식은 2010년 12월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5,000건이 시행되었다(Gruessner, 2011). 국내에서는1992년최초로시행된이후, 2000년부터2015년 까지 약 433건이 시행되었다(Korean Network for Organ Sharing[KONOS], 2015). 하지만 식생활의 변화 및 평균 수 명의 증가로 당뇨병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췌장이식 사 례는점차증가할전망이다. 2003년8.3%이던유병률은2030 년에는 14.4%가 되리라 추정하고 있고(Park & Baik 2009), 현재 국내 췌장이식 대기자는 2014년 766명이었으며, 2015 년에는 900명이라 추산하고 있다.
당뇨병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으로서, 인슐린 등과 같 은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함께 식사와 운동 요법 같은 일상생 활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언제든지 합병증을 유발하여 심각 한 상황을 초래한다. 특히 주요 혈관이나 말초혈관질환을 일 으켜 거의 모든 장기에 합병증을 초래하는데, 심근경색의 빈 도는 정상인에 비해 2~3배나 높으며(Han, 2005), 망막 병변 은성인실명의가장큰요인이되고있다. 족부질환발생률도 당뇨 환자는 비당뇨 환자에 비해 11.7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 고되고 있다(Chung et al., 2006). 특히, 인슐린 의존형 당뇨 환자에서는 말초혈관질환의 조기 진행으로 젊은 나이에 신부 전증, 말초신경변증, 실명 등의 합병증이 야기되어 조기 사망 의 원인이 된다(Krolewski, Warram, & Freire, 1996).
이러한 합병증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당뇨 환자들은 스 트레스, 운동 및 약물요법의 불이행, 의지의 부족, 사회적 지 지 부족 등으로 자가관리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Choi & Jung, 2010). 인슐린 자가주사 및 자가혈당 측정과 관련된 공포 등도 자가관리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Seo, Han, & Park, 2008). 당뇨 환자들은 인슐린의 부작용 특히, 빈번한 저혈당의 부작용을 감수해야 하며, 평생 하루에 2~3회인슐린주사를투여해야하므로,환자뿐아니라가족의 심리적, 육체적 고충과 어려움은 의학적 합병증 이상의 부담 이 되고 있다(Han et al., 2011).
췌장이식은 이러한 당뇨 환자들이 정상 혈당을 되찾고 건강 한 삶을 누리게 하는 외과적 치료술로 소개되고 있다 (Sutherland et al., 2001). 인슐린 분비 기능이 떨어진 췌장 대신 기능이 왕성한 췌장을 이식하여 스스로 인슐린을 분비하 도록 함으로써 더 이상 혈당 검사와 혈당 수치 안정을 위한 인 슐린을 투여할 필요가 없게 된다. 또한 췌장이 작동하므로 신 경 손상, 실명 및 뇌졸중을 비롯한 제1형 당뇨병의 심각한 합 병증도크게감소한다.췌장이식은뇌사판정을받은자로부터 이식을 받거나 살아있는 췌장으로부터 일부를 떼어 옮기는 생 체이식이가능하며,신장‧ 췌장동시이식,신장이식후췌장이 식, 그리고 췌장 단독이식의 3가지 유형이 있다(Gruessner, Sutherland, & Gruessner, 2012).
그런데 췌장은 인슐린 뿐만 아니라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장 기로서, 이식수술 후에는 효소 분비에 따른 출혈, 혈전증, 폐 색,누공및췌장액누출,역류성췌장염,혈뇨,대사성산증등 의중한합병증이있을수있다.또한거부반응예방을위해평 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로 인한 면역기능 약화, 감염이 나 고혈압, 악성종양, 골다공증, 구역과 구토, 부종, 탈모, 피 로감 등 다양한 부작용들이 발생할 수 있기에 비록 이식 후 원 인질환은 해결되었어도 또 다른 만성질환을 갖고 살아간다 해 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리적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는 등 수혜 자들은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심리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문제에 직면하곤 한다(Ha et al., 2007;Yi, 1998).
그 동안 국내에서는 모든 장기를 포함한 이식 수혜자들을 함께다루기도하였지만, 대부분간, 심장, 신장등각장기별 이식 수혜자들의 경험을 다룸으로써(Kim & Suh, 2003;Ha et al., 2007;Yi, 1998), 보다구체적인맞춤형중재개발에도 움을 주고 있다. 특히 간이식 수혜자들의 경우에는 심리사회 적으로 포기하기, 견뎌내기, 극복하기, 발전하기의 적응과정 을겪는것으로나타났다(Yun, 2007).하지만당뇨환자가증 가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될 췌장이식 수혜자들에 대한 구체 적인 국내 질적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췌장이식은 당뇨 뿐 아니라 당뇨로 인한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하려고 시행되므 로 췌장이식 수혜자를 위한 간호중재 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수술 후 겪는 실제 경험에 관한 구체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이식과 관련된 합병증과 부작 용, 거부반응, 감염, 면역억제제의복용등으로나타나는심리 사회적 어려움 및 이에 대처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귀납적인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상징적 상호작 용론에 기초한 근거이론방법(Strauss & Corbin, 1998)이 가 장 적합하다고 판단된다. 근거이론방법을 이용하여 연구자는 췌장이식 수혜자들의 심리사회적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파악 함과 동시에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행위/상호행위 전략은 무엇이고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 한과정적인변화를파악할수있을것이다. 이러한결과는궁 극적으로 췌장이식 수술 후 시기별로 나타나는 주요 심리사회 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간호중재 마련 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 연구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췌장이식 수혜자들이 이식 후 겪게 되는 주요심리사회적문제들을총체적으로파악하고,이러한문제 들을 해결하고 적응해나가는 기본적인 심리사회적 과정을 밝 히는 것이다.
연 구 방 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췌장이식 수혜자들의 심리사회적 적응을 파악하 기 위하여 근거이론방법(Strauss & Corbin, 1998)을 적용하 였다.
2. 연구참여자 선정 및 자료수집
본연구의참여자는서울시내A 병원에서췌장이식을받고 퇴원한 후 외래 검진을 받고 있는 환자 중에서 수술 후 6개월 이상 경과한 성인으로, 목적표출법(purposive sampling)을 적용하여대상자를선정하였다.즉수혜자의관점에서췌장이 식 전, 후의 심리사회적 적응을 파악하기에 풍부한 경험을 가 진 대상자에게 연구자가 직접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참여를 권 유하였다. 이러한 권유에 연구의 목적과 취지를 충분히 이해 하고 면담에 동의하며 모두 참여하였고, 중간 탈락자도 나오 지 않았다.
자료수집은2010년3월부터2011년11월까지개인심층면 담을통하여이루어졌다.면담은연구참여자들이편안한날짜 와 장소로 정하였는데, 주로 이들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일부 는 병원 방문 날짜에 맞추어 진료를 받은 후 상담실에서 진행 하였다. 면담을 시작하기 이전에 연구자의 신분과 함께 연구 목적과 절차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았다. 면 담 시작에 앞서 연구참여자의 인구학적 자료를 수집하였다. 모든 면담은 녹음되었으며, 1회 면담은 1.5~2시간 정도 소요 되었다. 일차면담이후이론적포화와분석및해석의검증을 받기위하여2명에게추후전화면담을실시하였다.주요면담 질문은 “췌장이식 경험에 대하여 말씀해 주세요”이외에 “췌 장이식 후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러한 문제들 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습니까?”, “무엇이 이러한 해결에 도움 이되었습니까?”등의 개방형 질문을 통하여 참여자가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면담 중에 연구참여자의 비언어적 몸짓이나 표현 등도 기록하 여 이후 분석에서 연구참여자들을 충실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3. 자료분석
녹음된 면담은 연구참여자가 말한 그대로 필사하였고, 필 사된 자료는 근거이론방법에 따라 분석되었다(Strauss & Corbin, 1998). 개방코딩, 축코딩, 그리고선택코딩의과정으 로 이루어졌으며, 코딩 과정에서 연구자는 이론적 민감성을 가지고 자료와의 계속적인 비교와 이론적 비교를 통해 범주의 속성과 차원을 도출함과 동시에 심리사회적 적응과정을 도출 하고자 하였다. 예를 들면, 본 연구에서는 신장‧ 췌장 동시이 식이5명, 췌장단독이식이3명이었고, 신장이식후췌장이식 이1명이었는데,이러한이식의종류에따른경험의차이를지 속적으로 비교하였다. 우선 개방코딩에서는 자료를 세밀하게 코드화하고 비슷한 코드끼리 묶는 범주화 작업과 함께 각 범 주의속성과차원을도출하였다.축코딩에서는패러다임모형 을 이용하여 범주 간의 관계를 비교하여 분석하였다. 마지막 으로 선택코딩에서는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을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포괄적이고도 추상성이 높은 핵심 범주를 선정한 후 다른 범주들을 하위 범주로 연결함으로써 실체이론을 개발하 고자 하였다. 이 외에도 도표와 메모를 적극 활용하였다.
4. 연구의 타당성 확보
연구의타당성을확보하기위하여Lincoln과Guba (1985) 가 제시한 네 가지 기준, 즉 신뢰성(credibility), 적합성 (fittingness), 감사가능성(auditability), 그리고 확인가능성 (confirmability)을 따랐다. 자료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개방형 질문을 이용한 반구조화된 면담을 이용함으로써 연구 자의 개입은 최소화하도록 하였고, 자료가 포화될 때까지 수 집하고자 하였다. 모든 면담은 녹음한 후 연구참여자가 한 말 을 그대로 필사하였다. 분석과 해석의 신뢰성 확립을 위하여 분석 결과를 다시 두 명의 연구참여자들에게 보여주는 참여자 확인(member check) 절차를 거쳤다. 이를 통하여 연구자가 개발한 의미나 범주가 자료에 억지로 부여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다. 동시에 동료 연구자들의 피드백을 통하여 분석과 해 석의신뢰성을확보하도록하였다.적합성은연구결과를다른 맥락에도전이시킬수있는정도를말한다. 이를위해본연구 에서는 연구참여자에 대한 인구사회학적 정보와 질병 관련 정 보를 제공하였다. 또한 연구참여자에 대한 접근, 자료수집 절 차와 장소 등 연구 맥락에 관한 설명을 최대한 자세하게 기술 하였다. 감사가능성은 독자가 연구자의 의사결정과 연구결과 를 도출해 내기까지의 연구과정을 추적해 볼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이를 위해 개방코딩, 축코딩과 함께 선택코딩을 이용 하여 핵심 범주를 도출한 과정을 제시하였다. 또한 연구참여 자가 실제로 한 말을 인용함으로써 도출된 범주의 감사가능성 을 높이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신뢰성, 적합성, 그리고 감사 가능성을 확보함으로써 연구참여자의 시각과 경험이 최대한 반영되고 결과적으로 연구자의 편견이나 선입견이 최대한 배 제된 확인가능성이 확보되었다고 여겨진다.
5. 윤리적 고려
연구를 진행하기에 앞서 A 종합병원의 임상연구심의위원회 의 심의를 거쳤다(IRB 과제심의번호: S2010-0035-0001). 개 인심층면담을 진행하기에 앞서 모든 참여자에게 본 연구의 목 적과취지를충분히설명하고,개인의익명성과비밀이철저하 게 보장된다는 사실과 모든 자료는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는 사 용되지않을것이며,연구참여를원하지않으면언제라도철회 할수있음을알려준후, 이에자발적으로동의한자로하였다. 각참여자에게소정의면담비를지급하였고, 초기면담에서면 담 사례비를 거부한 참여자에게는 후속 면담이나 진료를 위해 추후 내원했을 때 선물로 대신하였다.
연 구 결 과
연구참여자는총9명으로, 남자가3명이고여자가6명이었 다. 연령은 평균 39.6세였으며, 27세부터 49세까지 분포하였 다. 기혼 3명, 미혼 5명, 이혼 1명이었다. 학력은 대졸이 5명, 고졸이 3명, 중졸이 1명이었다. 종교는 기독교 5명으로 가장 많았다(Table 1). 이식 전에는 연구참여자 중 3명만이 직장 생할을하고있었고, 이식이후에는3명을포함한7명이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식이전당뇨병진단후유병기간은최소6년부터최대13 년이상이었다.당뇨유형은8명이제1형인인슐린의존형당뇨 이었으며, 1명만제2형당뇨이었다.이식유형은신장‧ 췌장동 시이식이5명,췌장단독이식이3명이었고,신장이식후췌장이 식이1명이었다.기증형태는배우자로부터생체췌장부분이식 을받은1명을제외하고,모두뇌사이식이었다.이식후경과기 간은최소11개월부터 최고 9년 11개월까지 다양하였다.
근거이론분석의 특성으로 알려진 지속적인 비교분석방법 으로자료를분석한결과,핵심범주는“당뇨의굴레에서벗어 난평범한삶찾기”로나타났다. 참여자들에게있어서췌장이 식은당뇨와합병증관리, 심리적부담및사회적편견등으로 구속된 얽매인 삶에서 벗어나 타인과 다르지 않은 보편적 삶 을 지향하는 동질성 회복을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평범한 삶 을 찾는 심리사회적 과정은 비록 참여자마다 각 단계에 머무 르는 시간은 달랐지만, 전반적으로 다섯 가지 단계로 진행되 었다. 이는 “일시적 해방과 만족기”, “후회와 분노의 좌절 기”, “감사해야할현실직시기”, “주도적행위실천기”,그리 고 “평화로운 수용기”이다(Figure 1). 그림 1에서 제시하였 듯이 “일시적 해방과 만족기”에서 “후회와 분노의 좌절기”는 바로진행되어일방향화살표로제시되었지만,다른단계에서 는 모두 양방향 화살표를 제시하였다. 이는 시기별 진행이 쉽 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전 단계와 이후 단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심리사회적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러 한 단계에 영향을 주는 중재적 요인으로는 췌장이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가족, 의료인, 그리고 이식 환우들의 “사회 적 지지”로 나타났으며 각 단계에 미치는 영향은 화살표로 제 시하였다.
핵심 범주: 당뇨의 굴레에서 벗어난 평범한 삶 찾기
참여자 대부분은 췌장이식을 받기 이전에 소아기 혹은 청소 년기에 이미 당뇨 진단을 받고 긴 기간 다양한 합병증으로 고 통받고있었고, 이는미래를예측할수없는심리적부담으로 이어졌다. 또한 당뇨에 대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편견으로 고 통 받고 있었으며, 이들 스스로도 당뇨병을 불치병이자 수치 스러운병이라여기고있었다. 이렇듯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위기감 속에서 주치의, 언론매체,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췌장 이식을 권유 받게 되었을 때, 이들에게 췌장이식은 남들과 같 은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대에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 이는 치료”로 받아들여졌다.
합병증이 오기 시작하니까 살도 빠지고, 무엇보다 가 장 결정적인 게 눈이 나빠지는데 신장 투석을 하게 되면 서 갑자기 눈이 안 보이더라구요. 정말 아차 싶더라구요. 눈이 안보이면 정말 못살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신 장투석을하면서소개받은00병원으로오게되면서내과 00 교수님이 췌장이식이 있다는 걸 알려주셨어요. 그전 에는 정말 몰랐거든요... 그래서 전 당시 눈이 안 보일지 도 모르니까 알아보지도 않고 “네 알았습니다. 하겠습니 다.”했어요. 그때 외과 00 교수님께 왔을 때 다른 사람들 은 이것저것 알아보고 그랬다는데 전 두말할 필요도 없이 “네 하겠습니다”하고 정말 한달 만에 이식을 했습니다.
우연히 뉴스에서 00 교수님의 이식을 처음 들었죠. 저 는 이식 받은 거는 하나도 안 챙피한데 뭐가 챙피하냐면 요 당뇨라는 게 그게 너무 챙피해요. 지금도 우리나라에 선 당뇨 걸렸다 그러면 무조건 불치병, “얼마나 먹었으 면, 심한 말로 얼마나 많이 처먹었으면 젊은 나이에 걸렸 냐”고이러잖아요. 실제로도비만남녀가많고그래서저 는 누가 당뇨 이렇게만 말해도 퍼뜩 놀랬거든요.
하지만 참여자들은 췌장이식 수술 이후 처음부터 이렇게 평 범한 삶을 얻을 수는 없었다. 우선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다양 한 문제로 인하여 심리적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에 더 나아가 가족 및 의료인과의 관계 및 경제적 측면에서 나타나는 문제 들을 해결해나감과 동시에 다시 사회와 통합해가면서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적응하게 되었다.
제 1기: 일시적 해방과 만족기
이 시기는 수술 이전에 가졌던 췌장이식에 대한 기대를 충 족시켜주는 단계로서, 며칠 정도에 걸쳐 나타나는 극도의 만 족과 행복감을 보여주고 있다.
(1) 당뇨 관리로부터의 해방
모든 참여자들은 췌장이식 수술 이후 그 동안 삶의 커다란 제약이되었던 당뇨와 합병증 등을 더 이상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커다란 해방감을 만끽하였다. 즉 일상이 되어 버린 인슐린 주사나 피부 내 펌프기계 착용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으로 만족해하였다.
(2) 자동 혈당 조절에 대한 만족
모든 참여자들은 “감쪽같이 정상적으로 조절되는 혈당 수 치에기쁨과만족감”을경험하였다. 수술이전일부에서는저 혈당으로 혼수상태에 빠져 가족들에 의해 응급실로 실려 가는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을 막기 위하여 매일 잠자리 머리맡에 설탕물을 미리 준비하고 잠을 청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저혈당에 대한 가족의 걱정과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아 무리 먹어도 정상으로 조절되는 혈당”뿐 아니라 신체기능 및 활력이 놀라울 만큼 호전된 것에도 매우 만족해 하였다.
(3) 기증자에 대한 감사
수술 직후 모든 참여자들은 악화 경로를 밟아가던 수술 이 전의 질병과 합병증이 완화되면서 건강과 새 삶의 기쁨을 선 사해 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뇌사 기증자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정상인처럼 보편적 일상을 살아갈 재탄생의 꿈을 꾸고 있었다.
제 2기: 후회와 분노의 좌절기
이 시기는 이식 후 다양한 신체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면서 밀려오는 후회와 분노와 좌절감을 보여준다. 이 시기에는 이 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중재요인으로 작용하였는데, 모든 참여자들은 당뇨에 얽매인 삶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췌장이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 속에서 비교적 성급한 수술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즉 췌장이식을 결 정할 때 췌장이식의 장단점이나 문제점 등을 포함하는 균형 잡힌 정보를 얻기 보다는, 장점만이 지나치게 부각된 정보를 얻게 되었다. 따라서 이식 이후에 나타날 다양한 신체문제에 대한 좌절과 함께 제대로 준비를 시켜주지 않은 의료인 등에 대한 분노로 고통스러워 하였다.
(1) 건강 회복에 대한 좌절
여느 장기이식과 마찬가지로 췌장이식은 비교적 큰 수술로 서, 수술 후 통증, 복부팽만감, 출혈, 재수술, 역류성 췌장염, 췌장액 누수 등의 문제가 흔히 발생한다. 참여자들 모두 췌장 을 방광으로 문합한 췌장이식의 경우 혈뇨와 대사성 산증의 재발 등 수술 관련 합병증을 경험하게 되면서 극심한 좌절감 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입원 치료 기간이 지연되거나 퇴원을 했다가도 재입원하는 횟수가 잦아지고 예상보다 큰 신체적 부 작용과불편으로고통을겪게되는경우, 건강회복에대한불 확실성과 불안감이 더욱 컸다.
입원을 밥 먹듯 할 땐 몸무게도 50kg도 안 나가고, 먹 질못하니까계속토해입원을했던건데, 배가아픈데어 떻게먹어요? 노란그영양제만계속맞고콧줄끼고링거 9개씩 달고, 또 거부반응도 왔지, 갑자기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서 몇만이 정상이라는데 저는 몇 십 단위까지 떨어 져서 겨우 정상이 되어 중환자실에서 올라오고. 아휴 별 걸 다 하는 거야. 이렇게 살면 뭐하나?
(2) 이식에 대한 실망과 후회
참여자들은 이식 이후 복용해야만 하는 면역억제제에 대한 양가감정으로 고통을 받았다.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면서 나타 나는 손 떨림, 탈모, 만월형 얼굴, 여드름과 같은 신체적 불편 감과 외모의 변화 등의 부작용은 이식 자체에 대한 커다란 실 망감을 안겨주었다. 이렇듯 전혀 예상치 못한 증상들과 함께 통증이 심할 때에는 “다시 췌장 떼어 달라고 할 정도로” 큰 실 망과후회로고통스러워하였다.그렇다고면역억제제를제대 로 복용하지 않으면 이식한 췌장이 망가질 수 있으므로 면역 억제제롤 복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하 곤 하였다.
이 면역억제제가 문제인 것 같아요, 수술은 성공해서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좋지만 처음엔 그 순간만 보 니까이거수술내가괜히했다, 속상하고약때문에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수술 괜히 했나’라는 생각이 들어 인슐 린 그냥 맞고 말지
(3) 의료인에 대한 분노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췌장이식에 관한 정보를 이식 전에 주치의보다는 이식병원 의료진이나 장기이식센터 상담을 통 하여 얻거나 방송, 인터넷, 건강잡지 등 언론 매체를 통하여 우선 접하는 편이었다. 언론매체를 통하여 입수한 지식과 정 보는 효과와 장점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참여자들은 췌 장이식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가지고 수술을 결정하게 되었 다. 의료인으로부터도 적절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 부분이었다.
따라서수술이후이식관련부위합병증이나폐렴, 거대세 포바이러스감염등의문제로입원기간이늘어나고, 퇴원을 했다가도심한오심과구토,설사,산성증,혈뇨,감염,고열등 위급 증상들로 응급실을 찾거나 재입원하게 되는 일을 반복적 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의료진에게 짜증 많이 내고 화도 많이 내곤”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곤 하였다.
(4) 금전적 갈등
췌장이식 수술은 비교적 고비용의 수술로서 환자와 가족 모 두에게 커다란 경제적 부담이 된다. 그런데 참여자들은 수술 이후 신체증상과 합병증 등으로 인하여 이식수술 자체에 대한 실망과 후회가 커지면서, 점차 수술에 들인 비용에 대한 부정 적인 평가를 하게 되었다. 가족들도 이러한 비용에 대한 부담 을 표출하게 되면서 환자들이 겪는 경제적 부담과 고통은 더 욱 가중되었다.
금전적인 부담이 너무 큰 거 같아요. 신장보다 췌장이 식이약값이굉장히비싸더라구요.서민들형편으론약값 부담하는 게 커요. 가족과 남편에게 너무 미안함이 생기 고. 처음엔돈을대줬는데수술은잘됐지만초기엔잘안 낫고 또 환자가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을 때 금전적 문제를 들먹일 땐 정말 고통이었고, 받지 말걸 그런 심정이 많이 들었어요.
제 3기: 감사해야 할 현실 직시기
이 시기는 모든 참여자들이 다양한 신체증상과 이식 거부반 응 등이 조절되면서 췌장이식을 받게 된 초기의 목표를 다시 금 되새기면서 감사와 긍정적인 태도로 전환해가는 시기를 다 루고 있다. 여기에는 동료 환우와 가족 및 의료인들의 꾸준한 지지가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1) 이식의 목표에 대한 성찰
모든 참여자들은 자신이 수술을 결심했던 근본적 이유가 평 범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것이었음을 되새기게 되었는데, 이는 신체증상과 면역억제제로 인한 신체적 문제들이 조절되 면서나타나기시작하였다. 즉, 수술이전에가졌던당뇨에대 한 두려움과 사회적 편견 등을 상기하면서 췌장이식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재평가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또한 자신만이 이러한 역경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동료 환우들의 지지와 의료인들의 지지 속에서 더 이상 좌절하거나 그만 두 고 싶단 생각으로 끝내선 안되겠다는 자기 인지가 생겨나게 되었다. “아 만일 내가 이식을 안 했다면 지금은 눈도 멀게 되 고, 진짜 투석도 제대로 못 받았을 것 같아요”라고 진술한 한 참여자의 진술처럼, 이식을 하게 된 진정한 이유 혹은 목표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2) 기증자에 대한 진정한 감사
참여자들은 “일시적 해방과 만족기”에도 기증자에 대한 고 마움을 느꼈지만, 이 시기에 접어들면서 기증자에 대한 고마 움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췌장을 잘 관 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내가 제일 마음에 큰 게, 내게 장기를 기증한 분, 나도 모르는 누군가가 내게 주신 건데 기증자한테는 신세를 못 갚았으니, 잘 써야지 그러한 마인드로 그래서 함부로 못 살겠더라구요.
(3) 긍정적 자기암시
이 시기에는 비록 이식 후 신체증상과 면역억제제 부작용 등이 어느 정도 조절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신체적 문제 와 심리적 좌절과 분노 및 후회를 떨쳐버려야만 했고, 따라서 비록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딱 한가지 수술은 분명 잘한 것이 다”라는 긍정적인 자기암시로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그래도 안 했을 때 보다 훨씬 낫다. 꼭 나아질 거다”라고 항 상 마음속으로 다지게 되었는데, 여기에는 아픔을 극복한 동 병상련의환우들이커다란도움을주었다. 이들의따뜻한“말 한마디가와닿았고”, 건강하게살아가는이들의모습을지켜 보면서 자신들도 “이 시간을 고통이라고만 보지 말고 잘 받아 들이고 기다리면 나아지겠구나!”하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자기암시는 다른 사회적 지지로 더욱 강화 되었다. 가족의 지지가 커다란 힘이되었고, 의료인들의 지지 를 통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건강 회 복에 대한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았다.
내가너무항생제도맞고, 머리가다빠졌어요, 병실에 누워 있는데 빨리 처치실로 오라 부르더라구요. 갔더니 음료수와 다과를 갖다 놓고 의사며 간호사들, 이식센터 사람들이며 다 모인 거예요. 내가 딱 들어가니까 박수를 치더라고, 기념 파티래.. 와 눈물이 나는데, 그게 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준 거 같아요. 희망을 갖게 해준, 아 ! 이렇게까지 의료진들이 신경 써주는데 내가 왜 이걸 포기 를 아무리 아파도 포기는 안 해야겠다. 회복을 해야겠다, 고생하고 입원해 있지만 나아지겠지.
제 4기: 주도적 행위 실천기
모든 참여자들은 현실을 긍정적으로 직시하게 되면서 자신 의 건강을 주도적으로 챙기기 시작하였다. 그 동안 수행할 수 없었던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역할도 되찾고, 사회구성원들로 부터 지지를 얻어내기 위하여 자신이 췌장이식 수혜자임을 드 러내기 시작하였다.
(1) 철저한 치료 지시 이행
참여자들은 우선 면역억제제 등 약물 복용을 철저하게 이행 하고자 하였다. 수술 이전에 혈당 체크와 주사를 위해 하루에 도 수 차례씩 자신의 몸을 바늘로 찔러야 했던 고통에서 벗어 나 이제 건강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기에 비록 부작용이 있더라도약물은당연히복용해야하는것이되었다.면역기능 저하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들도 적극적으 로 수행해나가고 있었다.
밥은 굶어도 약은 먹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일단 약은 이식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말 안 빼먹으려고 정신을 똑 바로 차립니다. 마스크 쓰고 감염 조심하는 것은 기본적 인거니까손은지금도자주씻고, 내가다른것은몰라도 손은 씻어야겠다. 뭘 하다가도 손소독 그걸 수시로 하고.
(2) 이식 후 관리에 대한 올바른 정보추구
이 시기에 접어들면서 참여자들은 철저한 치료 지시 이행과 함께 건강관리를 위한 올바른 정보들을 얻고자 노력하였다. 의료진들에게 직접 문의하거나 장기이식센터에 수시로 연락 하여정보를습득하였다.또한자조모임이나환우들과의적극 적인 접촉을 통하여 이식 관련 정보와 그들만의 경험과 노하 우를 공유하면서 나름대로의 관리방법을 주도적으로 찾아나 갔다.
장기이식센터에전화를많이해요. 개인적으로라도막 급하면저선생님이런이런부분이있는데, 하면참대답 을 잘 해주세요. 환자모임에 나가서 듣고 오는 것도 많고 요. 서너 번 나가봤는데 먼저 하신 그분들의 경험담과 알 려주는 얘기가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되지요.
(3)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되찾기
참여자들은 점차 신체적 건강과 활력을 되찾게 되면서, 그 동안 환자로서 모든 것을 가족들에게 맡기고 의존하였던 수술 이전과수술이후의삶에서벗어나고자하였다. 이들은딸, 아 내, 남편 혹은 어머니로서 각자에게 부여된 가족 구성원 본연 의 제 위치와 역할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결국 자신 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그 동안의 상처와 아픔 과 고통을 행복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신장까지 나빠진 후로는 거의 매일 엄마가 집에 와 계 셨어요. 저희 엄마가 다했죠. 살림이며 애들 챙기는 거까 지 거의 전부 엄마가. 지금은 제가 컨디션이 좋으니까 살 림도모든걸제가하니까좋죠. 애들한테도제가뭘해줄 수있고, 남편도제가해줄수있으니까남편도좋아하죠.
(4) 커밍 아웃
참여자들은 가정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 때 건강관리를 방해하는 사회적인 제약에서 벗 어나기위하여췌장이식수혜자임을드러내고자하였다.자신 이 이식 환자임을 동료나 주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림으로써 자신의 건강 의지에 반하거나 부정적 요소들, 예를 들면 음주 나 흡연 등을 배제시키면서 수월하게 관리에 임할 수 있는 치 료적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제가 이식한 환자라고 먼저 알립니다. 처음엔 숨겼는 데 지금은 알려줍니다. 알려주면 제가 관리하기가 쉬워 요.왜냐면어느모임에가서던친구모임이라든지가서도 제가 이식한 걸 공표해 놓으니까 뭐 술을 주는 것도 아니 고제앞에서담배도안피고,담배피던친구도담배를끊 고 있어요. 그런 상황이 굉장히 좋다 라고 여기죠.
제 5기: 평화로운 수용기
이 시기는 이식을 삶에 통합시키는 단계로서, 여전히 지속 되는 이식의 어려움을 수용하면서 새로운 사회활동에 도전하 고 타인을 배려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얻게 됨으로 보여준다.
(1) 이식 후 어려움은 나의 친구
이 시기에 속한 참여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주도적으로 관리 하면서 이식 전에 “췌장이식은 당뇨의 완전정복”이라고 여겼 던 꿈이 이루어짐을 느꼈다. 체력이 좋아지고 여성인 경우 생 리가 시작되는 등 성기능 등이 향상되면서 마치 “아프기 전의 일상으로돌아온것”같은느낌이었고, 일부에서는이에더나 아가“신기하기도하고, 신비롭기도하고 또한번태어난것” 같은 느낌마저 갖게 되었다.
당뇨 때문에 말초신경병 와서 다리에 상처도 많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해서 투석실에 갈 때는 휠체어 타고, 가 족들이 데려다 줬어야 했었는데 이렇게 걸어서 다닌다는 게, 숨차고다리에힘이없어계단도못올라가는데, 아침 저녁으로 아버지랑 운동도 할 수 있게 되고.
이렇듯 현재에 만족하였지만, 그래도 참여자들은 이식 후 불편 증상과 이식된 장기를 평생 보장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 실은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나 빠지는 상황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거는 나중의 일이고, 그걸 지금부터 고민할 일은 아니라”고 여기며 현실을 감사하게 수 용하게되었다. 이식후의어려움을마치“친구처럼받아들이 면서” 남들과 같은 평범한 일상에 새롭게 도전하게 되었다.
(2) 기증자는 새 삶의 원동력
기증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거의 모든 단계에 영향을 주 었지만, 이 시기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총체적으로 바라 보며 더욱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즉 이식수술을 받기 이전에는 “나만 왜 이래”하면서 자기중심 적인 생각에만 파묻혀 있었다면, 이제는 “인생은 누구에게나 다 힘든 거라 생각”하고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말, 행복은마음속에있다는말그진리를”깨닫게되었다.옛날에 는 “못 가진 것 때문에 불행했지만” 이제는 매일 “가진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가진 것만큼 행복하자”고 다짐하며 행복한 새 삶을 만들어 나갔다.
(3) 사회활동에 대한 도전
이 시기에 참여자들은 사회활동에 적극 도전하게 되었다. 실제로 참여자들 중에서 이식 이전에는 3명이 직장생활을 하 고있었지만이식이후에는7명이직장생활을하고있었다.수 술이전참여자들은모두미래를예측할수없다는절망감, 우 울, 위축감, 대인기피 등으로 사회로부터 고립되어가는 어두 운 질병의 그림자 안에 갇혀 지내왔다.
어릴때부터다른사람과보이지않는그차별,다른사 람들은먹을수있는데나는먹을수없고, 모임이나어느 장소에 갔을 때 그런 눈에 보이지 않은 차별로 인해서 사 회생활이 굉장히 위축되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불치병인 당뇨의 그늘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았고, 이러한 자신 감을 발판으로 그 동안 포기하였거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사회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4) 확장된 삶의 외연
이 단계에 속한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과포용력있는마음을가지게되었다. 그동안당뇨로인 하여 자신의 문제에만 갇혀 돌보지 못했던 가족과 주변 사람 들그리고더큰세상에대한따뜻한관심을갖게되었다.예를 들면, “생각지도 못했던 그 순간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었 던 것처럼 그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되었다. 이렇듯받은선물에대한보답으로“자식이 됐던, 남편이 됐건, 가까운 이들에게 받았던 걸 다 갚고 싶어 요”라는 생각으로 나를 뛰어넘어 타인을 배려하는 확장된 삶 을만들어가고있었다. 특히“당뇨병에서해방되어정상인처 럼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다른 환자들을 위해 봉 사하고자 하였다.
병원에서봉사좀하고싶어요. 일주일에시간나는대 로, 저를위해서먼저간그친구가이렇게선물을해주고 갔는데 그 은혜에 감사하고 의료진들도 이렇게 치료해 줬 는데 그것에 대한 감사하는 것 등에 보답하는 방법은 지 금도 병동에 고생하는 분들 그리고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결국,췌장이식수혜자들은수술이후의신체적,심리적,사 회적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그들이 바라던 정상인과 같은 평범 한 삶을 얻게 되었고, 일부에서는 정상인보다 더욱 타인을 배 려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논 의
본 연구는 췌장이식 수혜자들의 심리사회적 적응을 이해하 기 위한 질적 연구로서 이들의 경험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여겨진다. 본 연구 의 주요 결과를 토대로 핵심범주와 심리사회적 적응과정 5단 계를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논의하였다.
연구결과, 핵심범주는“당뇨의굴레에서벗어난평범한삶 찾기”로나타났다.이는신장‧ 췌장동시이식수혜자들이신체 기능 뿐 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 등을 되찾게 되어 정상의 삶을 누리고 있음을 현상학적으로 분석한 결과(Pera, Vasallo, Andreu, Brulles, & Rabasa, 2012)와 일관된 결과이며 간이 식수혜자의경험(Forsberg, Bäckman, &Möller, 2000)과도 유사하다. 본 연구결과, 췌장이식 후 이들의 심리사회적 적응 과정은 5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장기이식 수혜자들의 심리사회적 적응을 연구한 결과들(Kim & Suh, 2003;Ha et al., 2007;Yi, 1998)과도 유사하다. 특히 간이식 수혜자들의적응과정의경우에는포기하기, 견뎌내기, 극복하 기, 발전하기의4단계(Yun, 2007)로나타나일부유사성을보 여주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우선 “일시적 해방과 만족기”가 나타났다. 이는 인슐린 주사나 저혈당 증상에 놓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보고한 외국의 연구결과(Pera et al., 2012)와 일치하고 있다. “후회와 분노의 좌절기”는 수술 후 다양한 신체증상으로 인한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 다. 다양한신체증상은췌장이식초기에잘나타나는수술합 병증에대한연구(Okabe et al., 2013)가뒷받침하고있으며, 이로 인한 다양한 심리사회적 어려움은 간이식 수혜자의 심리 적 어려움에 대한 국내외 연구(Kim & Suh, 2003;Forsberg et al., 2000)와 일치한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이식에 대한 후회와 의료인에 대한 분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 러한 후회와 분노와 좌절감은 정보 부족과 깊은 관련이 있었 다. 이는 신장이식 후 추후 관리 정보 부족 현상(Kim, 2005) 과 유사한데, 특히 본 연구에서는 이식의 장단점을 고루 갖춘 균형 잡힌 정보가 아니라 장점에만 치우친 정보로 인한 과대 한 기대가 수술 후 수혜자들에게 더욱 큰 좌절감을 초래할 수 있음을보여주었다.따라서췌장이식을받는환자에게는이식 의효과이외에도이식후발생가능한합병증, 면역억제제복 용,응급상황대처및위험성등이식전반에관한폭넓은정보 를수술전에반드시미리제공해야할것이다. 또한췌장이식 은신장췌장동시이식, 신장이식후췌장이식, 그리고췌장단 독이식 등 유형에 따른 부작용과 합병증 및 생존률이 다르므 로(Han et al., 2011;Gruessner et al., 2012), 이식 종류에 따른 맞춤형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특히, 합병증 의 위험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던 췌장단독 이식 수혜자들에게 는 이식 전 충분한 정보 제공과 교육을 통하여 이식의 필요성 과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한 후 이식을 결정하도록 간호중재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가족간의 금전적 인 갈등은 신장이식 수혜자에 관한 연구(Yi, 1998)와 유사한 결과로서, 췌장이식 수혜자를 위한 중재에는 반드시 가족을 포함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가족 중재를 통하여 특히 좌절기 에 대두되는 가족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사료 된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감사해야 할 현실 직시기”는 이식에 대한성찰, 기증자에대한감사, 그리고긍정적자기암시를포 함하고 있다. 이는 신장이식수혜자들의연구(Yi, 1998)와유 사한 내용으로서, 당면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원활 한 적응에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이러 한 현실 직시가 심리사회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전환기의 핵심 요소임을보여주고있다.따라서췌장이식수혜자가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내면을 깊게 성찰하면서 자신의 현실을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간호사뿐 아니라 의 사, 사회복지사, 종교인 등의 다학제적 접근을 통하여 췌장이 식 수혜자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지지해 주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중재적 역할이 필요하리라 사료된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주도적 행위 실천기”는 꾸준한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제시한 많은 이식 수혜자들의 다른 연구들 (Kim, 2001;Ha et al., 2007;Pera et al., 2012)과 일치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에는 전문의료인 뿐 아니라 동병상련의 환 우들의 상호지지도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들의 자 조모임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한 상호 지지를 높이는데 노력 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도출된 “평화로운 수용기”는 자기 관리를 주 도적으로 실천하면서 얻어지게 되는 최종 단계이다. 이러한 결과는 간이식 수혜자들이 수술 후 심리적 안정감, 만족감 및 희망을경험하고(Kim & Suh, 2003)이식수술을기적이나재 탄생으로 여기며 매 순간의 삶에 만족한다는 결과(Forsberg et al., 2000)나 이식을 통해 얻은 삶을 소중히 여긴다고 보고 한 연구(Ha et al., 2007)들과 일치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계 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노력과 함께 다양한 지원이 필 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간이식 수혜자의 수술 후 경과 시기에 따른 교육 요구도에 관한 연구(Ha et al., 2007)에서 지적한 것처럼, 췌장이식 수혜자에게도 이식 후 경과 시기에 따라 적 절한 교육과 상담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서 췌장이식 수혜자들은 심리사회적 적응 과 정을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실 직시와 주도적 행위 실 천을 통하여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어려움을 잘 극복하여 평화로운 수용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대 처 적응 과정에는 개인적인 차이와 사회적 지지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따라서 의료인들은 이들의 적응 과정에서 신체적 문제에만초점을맞출것이아니라정서적, 사회적, 그리고경 제적 문제를 통합한 중재를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본다. 이를 통해 의료인들은 췌장이식 수혜자들의 이식 목 표인 평범한 삶 추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서울의 일개 종합병원에서 췌장이식 수혜자의 심 리사회적 적응 과정 경험을 분석한 것이므로 모든 췌장이식 수혜자나 다른 장기의 이식수혜자에게 적용하기에는 제한적 이다. 하지만 자료의 포화와 추후면담을 통하여 이러한 제한 점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결 론 및 제 언
본 연구는 근거이론방법을 적용하여 췌장이식 수혜자의 이 식 후 적응과정과 대처전략을 심층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식 후 심리사회적 적응에 관한 이론적 틀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총 아홉 명의 췌장이식 수혜자를 개인심층 면담한 자료를 분 석한 결과, “당뇨의 굴레에서 벗어난 평범한 삶 추구”가 핵심 범주로 나타났으며, 이 과정은 5개의 단계, 즉 일시적 해방과 만족기, 후회와 분노의 좌절기, 감사해야 할 현실 직시기, 주 도적행위실천기, 그리고평화로운수용기로나타났다. 이과 정에는 균형 잡힌 정보부족으로 인한 지나친 기대 등으로 심 각한 후회와 분노와 좌절을 겪지만, 가족과 의료인 및 환우들 의 적극적인 사회적 지지를 통하여 현실을 직시하고 주도적으 로 건강행위를 실천해 가면서 결국 평화로운 수용기에 다다르 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각 단계에서의 주요 문제와 전략들 은 앞으로 췌장이식 수혜자의 적응을 돕기 위한 간호중재 프 로그램을 수립하는데 적절한 근거와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췌장이식을준비하는환자들에게유용한정보로활용 될수있을것이다.또한,이러한지식을바탕으로한프로그램 개발과 평가 연구를 통하여 췌장이식 환자를 위한 근거기반 실무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